사랑은 계속 되어야 한다 (結)

사랑은 계속 되어야 한다 외전

며칠 동안 출 퇴근에 두 시간을 쏟던 태형은 아 이건 아니다 싶어 회사 근처로 이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제 동거인인 정국에게 말했더니 알겠다고 거기서는 얼마를 내면 되냐고 하길래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도리어 형이야말로 무슨 소리냐는 얼굴을 하길래 설마 싶어 너도 같이 이사 가게 라고 물었다가 그럼 자기를 버리고 가려고 했냐며 크고 까만 눈망울에 대롱대롱 ...

취기를 이기지 못해 까무룩 뻗었다가 새벽에 목이 너무 말라서 일어났다. 냉수 한 컵을 들이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새벽인데도 한여름이어서 그런지 창문을 관통한 빛이 사방에 짙게 젖어 들어오고 있었다. 먼저 뻗어버린 태형이 보이질 않아서 또 토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걱정이 앞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습기만이 살갗에 닿는다. 거실,...

요즘 들어 태형이 두통을 호소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토도 자주 했으며 틈만 나면 잠을 청하기 일쑤였다. 통원치료를 하러 다니는 태형을 따라간 어느 날 기억이 돌아오려고 그럴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당사자는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돌아오려고 그럴 수도 있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소...

태형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려 수차례 주저앉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렇게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언제나 취기가 돌 때쯤이면 적당히 술을 조절했는데 어젯밤은 지긋지긋한 환자생활을 청산하고 간만에 친구들을 만나 신나는 바람에 주는 족족 들이켰다. 오늘 이런 지독한 숙취가 기다릴 줄 알았다면 과거의 저는 그렇게까지 퍼 마시진 않았을 거다. 정...

폐점 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지 마트에 사람이 거의 없다. 태형은 딱히 살만한 꺼리도 없었는데 정국이 갑자기 생뚱맞게 마트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끌려 나와선 괜히 필요도 없는 라면이나 치약 같은 걸 바구니에 담는 중이었다. “이리 줘, 무겁잖아” “나 몸뚱이는 멀쩡해, 머리만 이상 있지” 머리만 이상 있다는 말을 남의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한...

죄책감에 자다가도 벌떡증이 나서 찬 물을 들이 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이 부정적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고 제가 딱 그랬다. 태형이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어디 하나가 크게 다쳐서 반불구로 살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정국을 잠식해버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었다. 저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건강체질인 정국은 이런 커다...

여자 친구랑 신나게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지민이형한테 전화가 왔다. 태형이가 잔뜩 술에 취했다고 좀 데리고 가라고 하는데 태형이형이 취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다급한 마음에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 친구를 놔두고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문을 여는 제 뒤에서 걔가 뭐라고 외쳤더라? 야 이 새끼야 라고 했던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이 뚝 떨어져 ...

술기운에 패기 넘치게 이사간다고 말해놓곤 술기운이 가시자 가시방석이 따로 없는 태형이었다. 정국의 눈치를 살살 봐가며 같이 밥이라도 먹을라치며 찬바람 쌩쌩 일으키며 나가버리곤 하는 정국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이사 날짜가 하루씩 다가올수록 태형의 속은 타들어만 가는데 정국은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그러니 자꾸만 학과행사 ...

초여름의 저녁은 선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점점 가벼워지고 머리카락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도 열기가 더해졌다. 덥네, 얼굴에 부채질을 하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석진이 제 가방에서 미니 선풍기를 꺼내 태형에게 건네주자 태형의 얼굴이 그제야 풀어진다. “너 언제 이사해?” “태형이 이사해?” “형님 태형이한테 너무 관심이 없는 거 아니...